로그 백업7 [에델] 아모텐시아 콱 죽어버리고 싶다.당장이라도 검은 호수에 몸을 던지거나 공기 좋은 천문 탑에서 뛰어내려도 좋겠다.그러니까 멀린에 맹세컨대, 엘리아 랜체스터는 절대로 이딴 일을 바란 적은 없었다.그리고 이 모든 일의 발단은 고작 그 빌어먹을 초콜릿에서 시작됐다. 때는 갓 6학년이 된 9월. 개학으로 학생들은 들떠있거나 분주했고, 곳곳에선 깜빡하고 집에 두고 온 소포들을 물고 온 부엉이들로 가득했다. 엘리아는 그 어수선한 분위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집에 두고 온 물건도 없었고, 새 학기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오르기엔 학교도 다닐 만큼 다녔으니. 천성이 예민한 터라 복닥거림과 웅성거림을 견디지 못한 그는 주로 도서관이나 래번클로 기숙사 탑에 처박혀서 조용히 책이나 읽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래번클로 기숙사 공용.. 2024. 6. 25. [로그 백업] 청휘(晴暉) 2017년 7월 9일에 마지막으로 편집 BGM: https://youtu.be/RQPdzHVakyM 아이가 태어난 곳은 한밤중에도 싸구려 불빛이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곳이었다. 홍등가에서 아이를 낳은 어미는 군말 없이 제 딸을 키웠다.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에 낳기로 한 것도 본인이었다. 그녀는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택한 결정엔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아이의 아버지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 아이가 자라서 평생 만날 일도 없었으니 친부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중요치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느 날 그 어미가 아이의 운명을 비틀어 놓았다는 점이다. 아이의 이름은 기쁠 희(喜)에 구름 운(雲)을 써서 희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름은 제 어미가 주변 유흥업소 간판의 글자를 한 자씩.. 2024. 6. 15. [로그 백업] 초록 눈의 괴물 2021년 1월 29일에 마지막으로 편집 틸이 추첨식 날 자원을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그의 가족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틸은 언질조차 주지 않았다. 그가 열여덟이 될 때까지 설득할 시간이 있을 거라 여겼기에 열여섯의 틸이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하리라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캐피톨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고 나자 누군가의 한숨 같은 소리가 뒤따랐다. "언젠가는 무슨 일을 낼 줄 알았지만요..." The Green Eyed MonsterTeal Liu 걷는 것보다 헤엄을 먼저 배우는 아이들은 4구역에 흔했다. 틸 리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는 찰박거리며 물장구를 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있었다. 틸은 저녁 늦도록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도 꿈쩍도 안 했다. 물속에 있.. 2024. 6. 15. [로그 백업] 암사슴은 죽음의 꿈을 꾸는가 2021년 6월 5일에 마지막으로 편집 *스태그필드 스포일러 포함더보기엘리아 랜체스터는 종종 꿈을 꾸었다.새카만 어둠 속에서 어둠보다 더 검은 암사슴이 서 있는 꿈을.그 암사슴의 발치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수사슴이 있는 꿈을.이윽고 암사슴이 죽어가는 수사슴을 질겅거리며 먹어 치우는 꿈을. "그레이, 넌 이번에도 성적 잘 받았다며?" "...어, 뭐." 옆에 앉은 콜린이 호들갑스럽게 굴었지만 그레이는 그런 사소한 소란조차도 달갑지 않았다. 대학을 위해서 공부는 잘 해야 했지만 그걸로 주목받는 것은 사양이었다. "너라면 아무 대학이나 갈 수 있겠다. 어디로 갈 거야? 역시 옥스퍼드?" "...글쎄. 아직 고민 중이야." "하긴, 케임브릿지도 나쁘지 않지. 그리고..." "나 먼저 가볼게." 시끄럽게 구.. 2024. 6. 15. 이전 1 2 다음